입대 후 처음으로 들어본 따듯한 말

들어가며

군대에서 적었던 메모 중에서 블로그에 기록하고 싶은 것들을 여기에 기록해 둡니다.

15사단 39연대 2대대 7중대 1소대 일병 이호섭 – 2010년 11월 24일

오늘 저녁점호 시간에 갑자기 1년 전 즈음 보충중대1에서 저녁점호 시간2에 당직사관3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입대 얘기까지 거슬러 올라가 본다.

나는 한겨울에 입대해서 논산훈련소에서 열악한 환경과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으며 교육을 받았다. 자대는 강원도 철원 15사단으로 받아서 연무대역에서 남춘천역으로 기차 타고 갔다가 버스 타고 102보충대로 갔다. 논산보다는 나았지만, 그곳에도 조교는 있었다. 3일 지내다 버스 타고 더 외진 산속으로 들어갔다. 15사단 보충중대란 곳이었다. 그곳 사람들은 참 따듯했다. 친형들 같은 분들이었다. 취사병은 애들 허기진 배를 채워주려 노력하고, 어떤 아저씨4는 강당에서 소녀시대 신곡 Oh 뮤직비디오5와 재밌는 UCC, 영화를 틀어주었다. 또한, 어떤 아저씨는 신병들이 따듯한 물로 씻고 따듯하게 잘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해 주었다. 그분들과 겨울 함박눈을 치우며 즐거웠던 기억이 10년이 지났어도 떠오른다.

보충중대에서 1주일 정도 있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저녁점호 시간에 내 어머니뻘 되는 여자 간부가 생활관에 들어와서 점호를 했다. 말씀을 하시는데 마치 아들에게 말하듯이 건강하고 몸조심히 군생활하라고 일러주었다. 그것이 군입대하고 처음으로 들었던 가슴에 와닿는 따듯한 말이었다. 그날은 입대 후 처음으로 포근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침낭 안에서 잠이 들었을 것이다.

각주

  1. 훈련소와 자대 사이에 잠시 교육받으며 쉬는 곳 ↩︎
  2. 자기 전에 이상 없는지 점검하는 시간 ↩︎
  3. 밤 동안 중대를 관리하는 책임자 ↩︎
  4. 보통 직속 부대가 아닌 다른 부대 병사들은 ‘아저씨’로 불린다. 여기서는 신병들을 관리하는 15사단 보충중대 부대원을 말한다. ↩︎
  5. 입대하고 3개월?만에 처음으로 들었던 가요이면서 뮤직비디오이다. 너무 감격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그 순간을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이래서 남자들이 입대초 가요를 잊지 못하는 것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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