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도쿠가와 이에야스 – 요코야마 미츠테루

야마오카 소하치 지음 | 요코야마 미쯔데루 그림 | 이길진 옮김 |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이 책은 만화이다. 원작은 일본어 소설이다. 소설은 1980년대에 우리나라에 번역, 출간되어 이에야스 붐을 일으켰다. 지금까지도 많이 읽히고 있다. 그런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60권짜리 삼국지로 유명한 요코야마 미쯔데루가 극화했다.

이 책의 소설 판을 접하게 된 계기는 삼국지 덕분인 것 같다. 우리 집에서 가까운 도서관에 삼국지 코너(?)가 있는데 그 코너 바로 뒷면에  일본 소설이 배치 되어있다. 중3, 고1, 한창 삼국지에 빠져있을 무렵 삼국지 코너를 두리번거리다가 일본 소설 쪽으로 가봤는데 권수가 참 무식해 보이는 책들이 있었다. 바로 ‘도쿠가와 이에야스’. 그 권수는 무려 33권이었다. 약간의 관심은 있었지만, 삼국지 10권에도 벅찼던 나는 33권이란 물량에 도저히 읽어볼 기운이 나지 않았다. 게다가 이 책에는 생소한 일본 지명 일본 이름 등이 많이 나온다. 삼국지의 한문식 표기에는 그나마 익숙했지만 일본 지명, 일본 이름은 너무 생소해서 읽어 넘기기가 매우 어려웠다. 글씨도 큰 편이 아니었다. 책의 두께가 얇은 것도 아니었다. 다시 말하지만, 무식하게도 33권이었다. 읽고 싶지 않았다.

나중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대해서 아주 조금 알게 되었는데 그를 언급하려면 나머지 두 사람을 빼놓을 수가 없다. 바로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란 인물은 일찍이 알고 있었다. 악의 원흉이다. 임진왜란 일으킨 놈이다. 그런데… 오다 노부나가란 사람은 누군지 몰랐다. 검색을 하다보니 여러 가지 정보를 얻었는데… 그 중 세 사람의 역할을 집을 짓는 데에 비유하는 짧은 글이 있다. 바로 다음과 같다.

오다 노부나가는 터를 잡고
히데요시는 그 터 위에 집을 짓고
이에야스는 그 집에 들어가 살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비유가 있다. 이것은 세 사람의 성격을 비유한다. 다음과 같은 질문이 주어졌을 때의 각자의 대답이다.

두견새가 울지 않을 때 울게 하려면?
노부나가 : 안 울면 죽여라.
히데요시 : 재롱을 피워라.
이에야스 : 울 때까지 기다려라.

이 두 이야기는 사람들이 지어낸 비유일 뿐이지만 잘 지어냈다. 성격을 잘 표현했다.

이러한 정보들을 접하면서 소설에 대한 흥미가 커져갔지만 읽기엔 버겁고 시간이 촉박했다. 당시 고2였다. 그러던 차에 이 소설의 만화판이 한국어로 번역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바로 도서관에 희망도서신청을 했다. 굉장히 많이 기다렸고 도서관에 비치되자마자 바로 빌려 보았다. 다음은 이 만화의 샘플이다. 일본 만화는 오른쪽 칸에서 왼쪽 칸으로 읽는다.

처음 1권을 도서관에서 봤을 때는 책의 내용이 난해했다. 1권에서는 주인공인 이에야스가 나오지도 않는다. 2권부터 이에야스가 등장하고 전체적인 작품의 감이 잡힌다.

책을 읽다 보면 일본의 신기한 문화가 여러 가지 나오는데 이 책의 줄거리를 쓰기 전에 조금 이야기하고자한다.

일본의 전국시대는 참 정신이 없다.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적이 될 수 있고 그 반대도 그렇다. 또한, 오늘 옆에 있는 친구의 목이 내일 없을 수도 있다. 일본의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만화의 분위기는 비장하다. 10페이지마다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것만 같다. 사람들은 항상 죽을 각오를 하고 산다. 만화에 나오는 거의 모든 남자들이 싸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허리에 항상 긴 칼을 차고 있다. 잠잘 때를 제외하고는 자신의 분신처럼 항상 소지하고 있다. 일본인에게 이 칼은 각별한 의미인 것 같다. 쓰이는 용도도 참 다양하다. 우선, 전쟁에 주 무기로 쓰이고 두 번째로는 마음을 수련하는 데에 쓰인다. 세 번째로는 가이샤쿠할 때에 쓰인다. 여기서 가이샤쿠란, 할복하는 자를 배려하는 행위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할복하는 사람의 목을 싹둑 잘라주는 것이다. 배려인가 의아스럽기도 하지만 이것이 할복 시에 고통을 줄여준다고 한다. 만화를 보다가 독자가 심심할만하면 등장인물이 앉아서 할복을 하는데 단도로 배를 가르면서 뒤에 있는 사람에게 가이샤쿠를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싹둑, 피가 튄다. 이런 비슷한 장면이 많이 반복된다. 할복이 잔인하고 비인간적으로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이 시대에 할복은 상당히 명예롭고 고귀하게 죽는 방법이었다. 할복과 가이샤쿠는 세트이다. 어쨋든, 전국시대에는 죽고 죽이는 일이 많았던 때이다.

이런 혼란한 전국시대 때 도쿠가와 이에야스(兒名 다케치요)는 집안이 다른 데보다 약해서 6살 때부터 강한 오다家와 이미가와家에서 차례로 인질생활을 한다. 전국시대에는 약한 가문의 자식이 강한 가문에 전송되어 인질 생활을 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었다. 어린 이에야스는 오다家에게 인질생활을 하며 오다 노부나가와 친해진다. 이는 후에 오다家와 도쿠가와家와의 동맹 결성에 영향을 미친다. 노부나가는 성격이 불 같다. 머리는 뛰어나다. 아버지가 죽은 뒤 오다家의 주인이 되어 세력을 넓혀간다. 그러다가 상경을 하려는 이마가와 요시모토와의 ‘오케하자마 전투’에서 압승한다. 이 와중에 이마가와家에 인질로 사로잡혀 있던 청년 이에야스는 어부지리로 자립하고 오다 노부나가와 동맹을 맺는다. 이마가와家는 망하고 이번엔 다케다 신겐이 상경을 준비한다. 이에야스는 싸움의 화신 다케다 신겐에게 학익진으로 대항하다 전멸하고 죽음을 각오하며 농성한다. 그런데 갑자기 다케다 진영에 믿을 수 없는 사건이 발생한다… 전반부 줄거리는 위와 같다.

중반부 줄거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오다 노부나가가 부하에게 배반당해 죽임을 당하고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전면에 등장하는데 그는 도쿠가와를 정복하려 하지만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자기편으로 포섭한다. 여기서 도쿠가와家와 도요토미家와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결국 히데요시는 일본을 통일하고 천하인을 자처한다. 그러나 난세가 종식된 것은 아니다.

줄거리 나열은 이쯤에서 접는다. 나머지 내용은 이에야스가 일본에 평화를 가져다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줄거리만 간단하게 나열하려고 해도 상당히 길다. 소설로 33권이고 만화책으로 13권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점은 다음과 같다.

바로, 평화가 소중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반세기 전 6.25 전쟁을 겪었다. 그러나 젊은 세대는 전쟁이 있었는지 실감하기도 힘들다. 평화에 익숙해져 있어 평화가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아직 종전되지 않아서 한국이 평화로운 상태라고 단정짓기는 힘들지만, 일본의 전국시대에 비하면 평화롭다고 볼 수 있다. 센고쿠 시대에는 가문의 존립을 건 전면적인 전투가 끊임없이 일어났다. 센고쿠 시대는 100년이 넘게 지속됐는데 피와 눈물이 뒤섞인 시대였다. 이에야스는 어릴 때부터 인질 생활을 했고 커서는 큰 뜻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아내와 장남을 자기 손으로 죽였다. 이마가와家를 배신하면서 인질로 잡혀있던 친척들을 잃었고 자기 아들에게 ‘영원한 대면 금지’란 할복보다 더한 벌을 내리기도 했다. 난세의 피해자 중에 한 사람으로서 이에야스는 항상 일본의 평화를 기원했다. 그의 유품에서도 평화에 대한 소망을 알 수 있다. 그는 일본의 평화에 걸림돌이 되는 자신의 아들 도쿠가와 다다테루에게 ‘영원한 대면 금지’를 명하지만, 다다테루가 평화를 원하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줄지 걱정하며 죽음을 맞이한다. 이에야스는 죽으면서 노부나가공이 아끼던 피리 하나를 다다테루에게 선물한다. 다다테루가 아버지의 유품인 피리를 보고 깨달음에 울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다다테루가 흐느끼며 서툴게 피리를 부는 마지막 장면이 인상 깊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책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평화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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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쿠가와家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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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다家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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