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반도의 추억이 생생한 일곱 번째 날

4년 전의 여행의 기억을 되살려서 쓰는 여행기입니다. 여행기를 쓰다가 군대를 가버려서 마무리 짓지 못했었고 군대를 다녀온 후, 마무리 지어야지 지어야지 하면서 미루어왔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미루면, 영원히 못 쓸 것 같아서, 이제라도 마무리 지어보려고 합니다.

이 여행은 군대 가기 전의 스물한 살의 감성으로 떠났던 혼자만의 자전거 여행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용감한 녀석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세월이 조금 흐른 후 지난 여행기를 보면서 과거의 제가 정말 재밌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지금 다시 이런 여행을 떠나보라고 하면 고생길이 훤해 보여서 못 할 것 같지만 왠지 다시 해보고 싶긴 합니다. 지금의 저를 만들어 준 여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여행은 저를 찾으러 떠난 여행이었고, 평생동안 간직할만한 추억을 만들어주었거든요.

자, 그럼 다시 여행기를 시작해볼까요? 어떻게든 기억을 되짚어 마무리 지어봅시다. 이전 여행기처럼 편의상 ‘했습니다’체가 아니라 ‘했다’체로 쓰겠습니다.


찜질방에서 잠을 잘 자고 일어나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역시 전라도라서 백반만 시켜도 인심이 넉넉했다. 한 명 왔을 뿐인데 밑반찬을 12개씩이나 줬다. 지금까지 여행했던 다른 지방은 많아 봤자 7개였다. 내 성격과 식성 상 이 모든 반찬과 국과 밥을 남김없이 다 먹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리고 이것들을 다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전거를 탄지 두 시간 만에 다시 배고파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어쨌든, 밥을 먹고나서 출발했다.
(2023-08-23 이호섭 주: 이 시절의 이호섭은 한 끼에 공깃밥을 보통 3그릇 먹는 58kg짜리 괴물이었다. 그 힘 다 어따 썼? ..응? 여기서는 자전거 타기^^)

이곳이 어딘지 기억이 안난다.. 음.. 해변 위에 있는 수많은 개체들이 신기해서 찍었던 것 같다. 저것들이 무엇이냐면.. 바로…

는 안알랴줌….ㅋ (2023-08-23 이호섭 주: 알려줬잖아)

누군지는 모르지만, 신석정이란 인물을 기리는 시비와 공원이 있었다. 이곳의 위치는 묵정삼거리이다. 부안과 변산반도 사이이다.
(2023-08-23 이호섭 주: 시비 = 나무로 만든 간단한 문)

얕은 바다 위에 수많은 새들이 있다.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실제로 봤을 때 더 장관이다. (2023-08-23 이호섭 주: 카메라가 구린 거다)

길 가다 찍은 우측면 샷~!

왜 찍었나 싶다.

뭔가 싶다. 바닷물이 계속 밀려 들어오는 것 같은데?

이때 실제로 봤을 때 굉장히 인상 깊었기 때문에 찍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하긴.. 이전에는 바다를 관찰한 적이 없었을테니, 처음으로 제대로된 바다를 본 여행에서 바다가 인상이 깊었을 것이다.

이전에는 이런 새도 많이 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군대에 들어가고 나서 새들을 부러워했었는데 이때는 그냥 새가 신기한 존재였을 것이다.
(2023-08-23 이호섭 주: 군대에 들어가면 자유가 없어지기 때문에 자유롭게 나는 새들을 부러워할 수 있다. 군대에 가서는 큰 나무에 앉아있는 수백 마리의 까마귀와 성인 남성의 키의 두 배 되는 날개를 펼치고 활강하는 독수리를 많이 봤다.)

오르막길 커브길.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변산반도가 시작된다.

멀리 보이는 외딴 작은 섬.

그 섬이 가깝게 보인다.

변산반도는 굉장히 아름답다. 그런데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반복되어서 꽤 힘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정말 고생을 사서 했다.

역광의 변산반도

길이 굽이지고 경사가 있으며 경관이 이뻤다.

차가 시원스럽게 드라이브한다.

변산반도는 산 바로 옆에 바다가 있는 풍경이다. 한번쯤 차타고 드라이브 가볼만 하다. 자전거 말고.

평화로운 풍경이고 서울에서만 살았던 내 눈에는 어쩌면 이국적으로 보였을 풍경이다.

아름답다.

가다 보니 해변 비슷한 것이 나왔다. 반짝이는 햇빛에 반사되는 물결이 아름답다.

가는 중에 신기하게 한 마리 말이 있어서 멈추고 셔터를 눌러댔다.

말이 나를 쳐다본다.

우편에 호텔같은 것(?)이 하나 있었다. 내리막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해변과 물결이 아름답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해가 절벽에 아름답게 걸쳐있다.

사람들이 석양을 보며 해변을 산책 중이다. 바다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는 것 같다.

황혼

오늘의 해도 이제 안녕

바다와 석양. 기막힌 조합이다.

그 절벽을 다시 찍었다.

외로운 배에게 한 줄기 빛을 보내주는 외로운 등대

칠흙같은 밤이 되었다. 저 표지판은 카메라 플래쉬 때문에 밝게 보이는 것이다.

배가 고파서 식당으로 갔다.

역시 전라도 식단이다. 너무 만족스러웠다. 이번엔 밑반찬이 15개였다. 와~~!!!!! 이것이 정녕 5,000원짜리 백반이란 말인가 ㅠㅠ

조개도 엄청 많이 들어있다. 조개 껍질이 수북히 쌓였다. 이번에도 모든 반찬과 국, 밥을 다 먹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분명히 밥도 두세 개 더 시켜 먹었을 것이다. 조기 머리는 안 먹었다.

다시 출발하는 나의 애마. 어디서 잤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내 인생의 소중한 2009년 10월 15일도 이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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