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나오는, 새만금 방조제 건너지 못한, 여섯 번째 날

하룻밤 편안히 잤던 섬호텔… 주인아저씨의 아량(?)이 인상 깊었다.
(2023-08-16 이호섭 주: 23년에도 네이버지도에 검색해보니 그대로 있다! 조만간 이때 여행 경로 그대로 가면서 인사드리러 가봐야 겠다.)

아침 9시에 방에서 나와 사장님께 키를 건네주고 가려는데 사장님께서 아침밥 어떻게 할거 냐고 물어보셨다.

사 먹는다고 하니 라면이라도 끓여 줄게 그러시면서 카운터 방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셨다.

주인아저씨와 아줌마(둘이 부부 사이는 아님)께서 해주신 밥을 정말 맛있게 먹고 새만금 방조제를 건너러 새만금 방조제 입구로 갔다.

정말 혹시나 해서 자전거가 못 가는 길인가 해서 입구에 있는 아저씨한테 물어보니 이륜차 통행금지란다….

어이가 없었다… 차들은 다니는데… (물론 허가받은 차들이겠지만)

알겠다 했다.

그리고 곧바로 몰래 옆길로 진입해 들어갔다.

한 300m 가다가 일하시는 분께서 크게 어디 가냐고, 못 지나간다고 외쳤다.

난 변산반도라고 외치고 쌩까고 자연스러우면서도 경쾌하게 페달 질을 했다.

그 분께서는 차를 끌고 잽싸게 따라왔다.

따라오자, 나는 멈췄다.

이륜차 통행 금지란다. 여기에 사고가 나면 공사가 중지되기 때문에 일반 차량과 이륜차 출입이 안 된다고 했다.

화물차 많다고 사고나나??????

그렇게치면 지금까지 서울에서 여기까지 오면서 도로에서 화물차 수백 대와 마주한 나는 초인인가??? 옆에 인도가 있어서 인도로 가면 되는데 어떻게 사고가 날 수가 있다는 건가???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일반 차량은 허락받긴 하면 들여보내 주는데 이륜차 자체는 아예 그런 것도 없없다. 허락 차제가 없었다.

이륜차가 무시되는 것 같아서 좀 짜증 났다.

하여튼 돌아가달라고 하는 그 분이 불쌍해서 돌아가기로 했다.

새만금 방조제를 지나가지 못하는 것 때문에 마음이 힘들었다.

엄청난 거리를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새만금 방조제를 타서 직방으로 가지 못하고 기존의 해안을 따라서 가기로 했다.

국도를 타고 가고 있는데 갑자기 이륜차 통행금지 시작 표지판이 보였다.

할 수 없이 우회했다.

갑자기 이상한 길이 나왔다. 표지판도 김제 쪽을 가리키지 않아서 한참을 헤맸다.

길을 헤매다가 발견한곳… 옥봉석재원이었다. 정말컸다… 실재로 이런 걸 본 적이 처음인 것 같다. 이곳으로 돌을 실은 화물차가 마구마구 지나다닌다. 새만금방조제 쪽으로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았다.

짹짹

파닥파닥

길 가다 본 어느 멋있는 건물 (2023-08-16 이호섭 주: 아마 납골당이 아니었을까 싶다.)

가도 가도 끝이 없었다… 진짜 끝이 전혀 안 보였다… 계속 똑같은 길이 반복되었다. 무한루프ㅋㅋㅋ

헤매다가 길을 겨우 찾긴 찾았는데 배가 너무 고파서 죽는 줄 알았다.

일단 김제시에 도착했다.

시내까지도 또 한참을 달려야 한다 ㅠㅠ

김제 시내에 도착해서 밥을 먹고 우체국으로 가서 무겁고 필요 없는 짐들을 모두 집으로 택배부쳤다.
(2023-08-16 이호섭 주: 생각보다 돌려보낸 짐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20대 초반 여행 초보였으니.. 아마 군대만 갔다왔어도 가볍고 효율적으로 여행준비를 했을 것이다. 군대 갔다왔으면 여행을 가지 않았겠지만..ㅋㅋ)

그리고 부안으로 출발했더니 한결 가볍고 빠른 느낌이었다.

부안으로 GoGo!

시원시원한 도로 (2023-08-16 이호섭 주: 사진 속 흰색 화살표는 합성이 아니다.)

구름이 진짜 크다.

부안에 오니 비가 내렸다.

자전거가 비에 맞지 않게 옮기고 찜질방으로 갔다.

찜질방으로 가는 도중에 찍은 사진…
비오는 밤… 촉촉히 젖은 도로는 내 마음과 같았다.
(2023-08-16 이호섭 주: 군대 가기 전 20살 감성 오짐)

찜질방에 가서 사우나에서 씻고 계란을 까먹으면서 티비에서 하는 선덕여왕을 봤다.

그리고 심심해서 찜질방 안에 있는 PC실에서 잠깐 컴퓨터를 했는데 어떤 아저씨께서 말을 거셔서 여러 가지 대화를 했다.

동네 찜질방에서 동네 아저씨와 대화하면 별 감흥이 없었겠지만, 여행와서 그곳분들과 깊은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신기하고 좋은 경험이었다.

그러다가 너무 졸려서 잠자리를 펴고 누워 일기를 쓰고 자려는데

어떤 XX놈년들이 큰 소리로 싸워서 짜증났다. 스트레스를 받아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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