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고 차령산맥 넘은 셋 째 날 ^^

여행 전 애초에는 천안에서 보령엘 가려고 했었다.

그러나 천안에서 보령 간 거리가 100km라서 하루에 가기엔 벅차고 또 그렇다고 이틀에 나누어 가기엔 너무 짧은 거리라서 변산반도에나 빨리 가게 정남 쪽으로 가기로 했다.

오늘의 예정 종착지는 공주.

천안 송정공원에서 아침이 시작되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자리를 돌이켜보니 비박의 흔적이 있었다 ㅋㅋ. 왠지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 접기엔 귀찮지만 ㅠㅠ

텐트를 접고 근처 식당에 아침을 먹으러 갔다.

정말 맛있게 먹었다.ㅋ 아주머니의 서비스 정신은 장사를 하는 건지 마는 건지 의아스러웠지만 ㅋㅋ

이틀동안 국도는 지겹게 탔으니, 이번엔 지방도를 타면서 자연을 더 가깝게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629 지방도.

아마도 629 지방도 타고 남쪽으로 가던 중에 찍은 사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길옆에 또 오솔길이 있어서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같은 곳에서 찍은 논밭 풍경..

가다보니 산이 점점 높아지는 걸 느꼈다… 아주 좋은 풍경이었다. 기분이 좋았다. 내가 이 산맥을 넘어야 한다는 걸 깨닫기 전까진…. ㅋㅋㅋ

좋은 풍경이다.

아마도 여기가 ‘풍세면’으로 기억한다. 한가로운 길과 산이다.

아름다운 풍경이다. 눈에 보이는 대로 담을 수 없다는 것이 슬펐다.

아름다운 우리나라…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여행하면 우리나라 이런 모든 곳이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자전거가 있는 풍경…

산들이 이뻐서 찍었다.

내가 저걸 자전거 타고 넘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저 산은 자전거 타고 넘는 것보다 걸어서 넘는 게 쉽다.

벼들이 먹음직스럽게 익어있다. 배고팠다. 눈앞에 벼들이 있는데 먹을 순 없어서 슬펐다.

산과 산 사이에 논이 많았다.

가다가 식당이 있어서 바로 점심을 해결하러 들어갔다.

메뉴를 보고 비빔밥을 시키고 기다렸다.

그런데 거기서 날 반겨 준 것은…

멍멍이었다.

배가 고팠나 보다.

자꾸 기웃거렸다.

나를 빤히 쳐다보며 차려 자세를 하고 있다.

지금도 생각이 난다. 그 눈빛이…

애절한 눈빛이었다.

비빔밥을 정말 맛있게 먹었다. 약간 비쌌던 걸로 기억하지만, 맛과 양은 괜찮았다.

“먹을 것좀 주세여”

“주실겁니까?”

“잘 먹겠습니다^ㅂ^”

“이거 주시는 겁니까?ㅎ”

개가 자꾸 기웃거리자, 주인아주머니께서 쟁반으로 강아지 등짝을 힘차게 스매쉬 치시며 쫓아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강아지는 자꾸 식당으로 들어오려 그랬다. ㅋㅋ

재밌는 경험이었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다시 출발했다.

사실 지금까지는 아무것도 아니다.

점심을 먹기 전엔 길이 너무 좋았다. 왕복 2차선 도로에 차들은 거의 없고 완만한 오르막과 내리막.

그런데.. 여기서부터 엄청난 오르막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경사 7~10%의 오르막이 계속되었다.

한두 번으로 끝날 줄 알았다. 그러나 수십 번은 급경사가 반복됐다. 죽는 줄 알았다.

겉보기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경사이지만 직접 타고 올라가 보면 장난 아니다;;.

게다가 내 자전거는 뒤에 무거운 것들이 달려있어서 오르막길에서 최악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터널 등장.

중간에 터널 2개를 지나갔는데 정말 살 떨렸다. 터널에서 차들이 어찌나 쌩쌩 달리던지…

터널 안에서 들리는 차 소리가 무서웠다. 거의 제트기 수준이었다.

차들도 나를 칠까 두려워하며 나를 피해 갔다.

그런데 어떤 차들은 내 바로 옆으로 지나갔다. ㅠㅠ

죽음의 공포였다. ㅠㅠ

몸이 힘들수록 눈은 즐거웠다.
눈 曰 ” 허벅지 님아 ㅈㅅ “
허벅지 曰 ” ^^ 괜찮아 그냥 뭐 나 처절하게 갈기갈기 찢어지면 되지 뭐 ㅎㅎ ^^”

오르막길 올라가다 발견한 한 쉼터… 한가로운 풍경이다.

올라온 길에 서서…

다른 구도

또 다른 구도… 어떤 사진이 제일 나아 보입니까??

오르막과 터널 그리고 차들, 스트레스 받게하는 것들이 꽤 있었는데 이런 것들을 견디고 내리막이 나오면 내 세상이 되었다.

오르막에서 개고생하며 쌓은 위치 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바꿀 때!!!

언덕에서 시속 50km 정도로 시원하게 내려오며 주변 경관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비록 짧은 시간이더라도 말이다.

629 지방도와 차령산맥 1

629 지방도와 차령산맥 2

629 지방도와 차령산맥 3

629 지방도와 차령산맥 4

반가운 소식. 오르막 차로 끝.

거의 제일 높은 고개를 방금 지나고 나서 찍은 사진.

아, 그리고 629도로를 달리면서 여러 가지 곤충들을 많이 봤다.

사마귀, 나비, 그리고 메뚜기(?)… 메뚜기인지 아닌지는 확실치 않지만,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건데 이하 메뚜기라고 하겠다.

이 메뚜기들이 도로 위에서 폴짝폴짝 뛰어다니는데 그걸 피해 다니려 핸들을 이리저리 움직여야 해서 귀찮았다.

한 번은 한 메뚜기님을 피하려고 핸들을 확 움직여 메뚜기님과 먼 쪽으로 앞바퀴를 옮겼는데, 메뚜기님도 그와 동시에 내 얇은 앞바퀴가 지나갈 곳으로 정확히 ‘폴짝’ 뛰셨다.

즉시 고인이 되셨다.

압사 당하실 때 바삭 소리가 났는데 경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약간 슬펐다.

살려고 뛰셨는데 왜 하필 그곳이십니까…….

유구읍은 뛰어난 자연경관과 더불어 중장거리의 산악자전거 코스가 있어서 MTB를 타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마곡사 앞 슈퍼에서 배가 출출해서 사 먹은 우유와 카스타드.

내가 이번 여행에서 찍은 명장명 중에 하나…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실제로 보는 것이 더 아름답고 이쁘다.

어느덧 넘어온 산맥 뒤로 해는 지고…

내가 살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노을을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629 지방도를 끝내고 한 휴게소에서 쉬며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진기의 사진 찍는 기능이 안 되었다.

잠시 패닉 상태가 되었다.

가지고 온 휴대용 펌프로 자전거 바퀴 튜브에 바람을 넣으려고 했었는데 안 돼서 짜증 났었는데 사진기도 고장이 나다니…..

어이가 없었다.

메뚜기 신님의 저주인가????

카메라 사용 설명서에 붙어있는 서비스센터 지역을 보니 공주엔 서비스센터가 없었다.

착잡했다. 카메라 수리를 하려면 대전에 가야 했다.

일단 자전거 펌프를 새로 사러 공주로 향했다.

공주에서 진짜 좋은 토픽社의 휴대용 펌프를 사고 피시방에 들러 여러 가지 정보를 보고 다음날 계획을 짰다.

피시방에서 내가 넘어온 것이 과연 무엇일까 봤는데, 차령산맥이었다.

차령산맥 평균 고도가 600m이다. (참고로 남산 고도 262m, 63빌딩 높이 249m)

아… 그게 우리나라 주요 산맥이었구나…

우리나라에 대해서 좀 더 알게 된 느낌이었다.

피시방에 나와서 저녁을 먹고 공주의 공주건강랜드란 찜질방으로 갔다.

공주대 캠퍼스에서 비박을 할까 고민도 했는데 너무 춥고 귀찮기도 해서 그냥 찜질방에서 자기로 했다.

일기를 쓰고 나서 바로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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